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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보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만들고 싶었다

by sabujac-life 2025. 5. 23.

면접을 보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만들고 싶었다
면접

나는 꽤 오랫동안 면접을 잘 보는 사람이었다. 상대의 질문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무난한 대답으로 인상을 남기며, 웃는 얼굴로 마무리하는 사람.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그런 내 모습이 낯설었다. 내가 아닌 ‘보여주는 나’를 연기하는 것이 점점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누군가의 허락 없이, 내 방식대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만들기로.

1.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연극이 지친 날

① 면접장에서 나는 늘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었다

면접에서는 솔직함보다 안정감이 필요했다. 실수를 말하지 말고, 긍정적인 사례를 말하며,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그건 내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면접관의 기대에 나를 끼워 맞추는 일이었다.

한두 번은 괜찮았다. 하지만 반복될수록 나는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피로감에 지쳐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내가 얼마나 ‘편한 사람’처럼 보이느냐가 더 중요했다.

② 평가의 피로는 내 자존감에 균열을 냈다

면접은 늘 결과로 나를 평가했다. “좋은 인상이었지만, 다른 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경력이 너무 좋지만, 현재 저희와는 맞지 않습니다.”

그 말들은 겉으로는 예의였지만, 안으로는 무력감이었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이 조건에 맞지 않는 순간,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면접을 통과해야만 일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고.

2. 누구의 허락도 없이 일할 수 있는 구조 만들기

① 내가 가진 자산은 무엇일까를 적어봤다

면접 없이 일하고 싶다면, 누군가가 나를 뽑아주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정리해봤다. 글을 쓰는 능력, 자료를 정리하는 기술, 사람을 관찰하고 요약하는 습관. 작고 별것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나만의 자산이었다.

그다음엔 이 자산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적었다. 블로그 운영, 전자책 출간, 온라인 강의, 콘텐츠 제작. 회사나 상사가 없어도, 내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였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력서’가 아닌, ‘내가 나에게 쓰는 이력’을 만들기로 했다.

② 나를 뽑는 직업, 나를 위한 일

처음엔 아주 작게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소셜 플랫폼에 짧은 콘텐츠를 올렸다. 반응은 미미했지만, 중요한 건 ‘누구의 허락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나는 점점 확신을 갖게 되었다. 면접을 보지 않아도,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내가 만들고, 보여주고, 제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존감을 회복시켰다. 누군가에게 선택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제안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 진짜 나를 일으켜 세웠다.

3. ‘내가 일하는 방식’을 직접 설계한다는 것

① 시간표도, 평가도 내가 만든다

지금의 나는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메일을 주고받는다. 하루가 늘 같은 건 아니지만, 그 안에 내가 설계한 규칙이 있다.

일을 평가받지 않는 대신, 스스로 피드백을 한다. 성과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지만, 다음 단계를 계획한다. 그 모든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깊은 몰입과 성장을 만들어준다.

② 불안은 있지만, 모욕은 없다

면접이 없다는 건, 안정적인 월급도 없다는 뜻이다. 수익은 들쭉날쭉하고, 성장은 느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모욕당하지 않는 일’을 한다.

누구에게 눈치 보지 않고, 나를 과장하지 않으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 목소리로 할 수 있는 일. 그 일은 불안정하지만, 자존감을 지켜준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더 강한 힘이 된다.

결론: 나는 나를 뽑는 사람이고 싶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의 과거를 포장하거나,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나는 나를 뽑는 사람이고, 내가 만든 직업은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라간다.

면접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삶은, 누구에게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다. 그 삶은 느리지만 깊고, 불안하지만 단단하다.

혹시 지금, 또 한 번의 면접에서 상처받은 누군가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뽑히지 않아도, 당신은 당신만의 일을 만들 수 있다. 그 시작은 아주 작고 느리게 시작되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당신의 방식'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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